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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로스팅 단계별 차이, 약배전·중배전·강배전 특징 정리

arisir 2025. 8. 27. 10:31

커피 로스팅 단계별 원두 색상 변화: 밝은 갈색의 약배전부터 짙은 흑갈색의 강배전까지 나란히 배열된 모습(이미지 생성:google)

커피 한 잔의 향과 맛은 단순한 원두의 종류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커피 로스팅 단계, 즉 열을 얼마나, 어떻게 가했는지가 커피의 개성과 풍미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로스팅 과정에서 원두 내부에서는 수백 가지 화학 반응이 일어나며, 그 결과가 우리가 느끼는 단맛, 산미, 쓴맛, 향의 밸런스로 이어진다. 이번 글에서는 약배전·중배전·강배전의 차이를 색상 변화, 향미, 화학 반응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본다.

1. 커피 로스팅 단계의 과학 — 원두 내부의 화학 변화

커피 로스팅은 단순한 ‘굽기’가 아니다. 생두(Green Bean) 내부의 수분과 당, 아미노산, 산이 열을 만나면서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카라멜화(Caramelization)를 일으키는 복합 과학 과정이다. 이 반응들은 각각의 로스팅 단계에서 서로 다른 향미를 만들어낸다.

① 로스팅 초기 단계 (약 160~180℃)

이 단계에서는 수분이 빠져나가며 ‘건조(Drying)’가 진행된다. 이때는 아직 향이 거의 없고, 콩 향에 가까운 냄새가 난다. 내부 압력이 올라가며, 이후 1차 크랙(First Crack)이 발생할 준비가 된다.

② 1차 크랙 (약 195~205℃)

‘팝’ 소리와 함께 내부의 수분이 증발하고 세포벽이 갈라진다. 이 순간부터 커피는 본격적인 향을 갖기 시작한다. 약배전은 이 시점에서 로스팅을 멈추며, 산미와 과일향이 강조된다.

③ 2차 크랙 (약 220~230℃)

이때는 내부의 지방이 표면으로 나오고, 탄화 과정이 빠르게 진행된다. 중배전과 강배전은 이 시점을 기준으로 진행되며, 단맛이 줄고 쓴맛과 바디감이 강해진다. 강배전에서는 오일이 원두 표면에 맺히며 윤기가 생긴다.

2. 약배전·중배전·강배전별 특징 — 색상 변화와 향미 밸런스

커피 로스팅 단계는 빛깔의 변화로도 구분할 수 있다. 약배전은 밝은 갈색, 중배전은 붉은 갈색, 강배전은 거의 흑갈색이다. 이 색의 변화는 단순히 외형 차이가 아니라, 내부의 화학 구조와 향 성분 변화와 직결된다.

① 약배전(Light Roast) — 산미와 향미 중심

약배전은 1차 크랙 직후에 종료되는 단계다. 이 시기 원두는 내부 수분이 아직 일부 남아 있고, 유기산(클로로겐산 등)이 충분히 보존되어 있어 상큼한 산미와 복합적인 과일향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색상: 밝은 갈색, 표면 무광
  • 향미: 시트러스·베리 계열의 산미, 플로럴 향
  • 바디감: 가볍고 깔끔
  • 적합 추출법: 핸드드립, 에어로프레스, 필터커피

이 단계에서는 단맛과 쓴맛보다 산미 중심의 향이 강조되어, 커피의 원산지 특성을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나 케냐 AA 원두가 대표적이다.

② 중배전(Medium Roast) — 밸런스와 단맛의 완성

중배전은 1차 크랙 이후 30~60초 추가 가열해 마이야르 반응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단계다. 단백질과 당의 반응으로 카라멜 향과 견과류 풍미가 생기며, 산미와 단맛, 쓴맛이 균형을 이룬다. 스페셜티 카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로스팅 방식이다.

  • 색상: 중간 갈색, 약간의 윤기
  • 향미: 초콜릿, 캐러멜, 너티(Nutty) 향
  • 바디감: 중간 수준
  • 적합 추출법: 드립, 에스프레소, 브루잉 전용

중배전은 산미와 쓴맛의 밸런스가 좋아,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가장 대중적인 맛으로 인식된다. 커피 초보자에게 추천되는 단계다.

③ 강배전(Dark Roast) — 진한 쓴맛과 묵직한 바디감

강배전은 2차 크랙 이후의 단계로, 원두 내부의 당이 거의 분해되고 탄화 반응(Carbonization)이 일어나면서 단맛이 급격히 줄어든다. 대신 오일이 표면으로 배어나와 윤기 있는 질감을 만든다.

  • 색상: 진한 흑갈색, 표면에 오일층 존재
  • 향미: 다크초콜릿, 스모키, 카라멜라이즈드 슈거
  • 바디감: 무겁고 진함
  • 적합 추출법: 에스프레소, 모카포트, 카푸치노

강배전은 커피의 원산지 특성보다 로스팅 향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프랑스 로스트, 이탈리안 로스트가 대표적이며, 고온에서 발생하는 폴리페놀 분해로 인해 쓴맛이 강조된다. 카페인 함량은 약배전보다 약간 낮아진다.

3. 향미의 균형을 위한 로스팅 선택 가이드

좋은 커피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로스팅을 선택하는 데서 시작된다. 향미는 과학적인 요소지만, 즐기는 방식은 감성의 영역이다. 다음은 개인별 추천 가이드다.

① 산미 중심 취향

상큼하고 가벼운 맛을 선호한다면 약배전을 선택하자. 신맛이 강하지만 향이 복잡하고, 과일향과 꽃향이 풍부하다. 아침에 마시기 좋은 상쾌한 커피다.

② 밸런스 중심 취향

단맛과 향의 균형을 선호한다면 중배전이 정답이다. 다양한 추출법에 잘 어울리며, 음용 후 여운이 길다. 스페셜티 카페의 대표적인 로스트가 바로 이 단계다.

③ 진한 맛 중심 취향

묵직한 맛과 쓴맛을 좋아한다면 강배전을 추천한다. 우유와의 조합이 좋아 라떼·카푸치노에 적합하며, 바디감이 강해 만족도가 높다.

또한, 로스팅 단계에 따라 커핑 시 향미의 복잡성이 달라지므로, 자신이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기록하는 ‘향미 노트’를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결론 — 커피의 개성을 결정하는 열의 예술

로스팅은 단순한 조리 과정이 아니라, 과학과 예술이 결합된 향의 설계다. 약배전의 생기, 중배전의 조화, 강배전의 깊이는 모두 열과 시간의 정교한 균형에서 나온다. 올바른 커피 로스팅 단계를 이해하면, 같은 원두로도 전혀 다른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취향의 언어’가 된다.

자료 출처:

  • 스페셜티커피협회(SCA) 로스팅 가이드라인 2024
  • 국제커피기구(ICO) 커피 과학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