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커피 가공 방식, 원두 가공 방식과 맛의 비밀
베트남 커피의 주요 가공 방식
커피의 맛과 향은 원두의 품종뿐만 아니라 수확 후 가공 방식에 의해서도 크게 달라집니다. 베트남은 커피 가공 방식 중에서도 주로 건식법(Dry Process)을 사용합니다. 건식법은 수확한 커피 체리를 햇볕에 그대로 말리는 방식으로, 비교적 간단하고 물을 적게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체리의 과육과 점액질에 있는 당분이 커피콩으로 흡수되어 독특한 단맛과 진한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베트남 로부스타 커피 특유의 쌉쌀하면서도 구수한 맛은 이 건식 가공법의 영향이 큽니다. 건식법은 커피 체리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10~20일 정도의 긴 시간이 소요되며, 이 기간 동안 수시로 뒤집어주어 고르게 건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대로 건조되지 않으면 곰팡이가 피거나 맛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도 워시드(Washed Process)나 허니 프로세스(Honey Process) 같은 다른 가공법도 시도되고 있지만, 여전히 건식법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공 방식이 맛에 미치는 영향
커피 체리가 커피콩으로 변하는 가공 과정은 최종 커피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건식법으로 가공된 커피는 과육의 단맛과 과일 향이 커피콩에 스며들어 풍부한 바디감과 복합적인 향미를 가지게 됩니다. 잘 가공된 건식 커피는 초콜릿이나 견과류, 때로는 은은한 과일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워시드 가공법은 체리의 과육을 제거하고 물에 담가 발효시킨 뒤 세척하고 말리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커피콩 자체의 맛에 집중하게 하여 깨끗하고 깔끔한 맛, 그리고 산미가 강조된 커피를 만들어냅니다. 베트남 커피의 주를 이루는 로부스타는 특성상 바디감이 강하고 쓴맛이 있지만, 건식 가공을 거치면서 그 쓴맛이 부드럽게 변하고 구수한 향이 더해집니다. 이처럼 베트남 커피의 독특한 맛은 단순히 로부스타 품종 때문만은 아니며, 이 나라의 기후와 환경에 가장 적합한 건식 가공법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탄생한 결과입니다. 베트남 커피를 마실 때 그 진한 맛과 향에서 느껴지는 쌉쌀함과 구수함은 바로 이러한 가공 방식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커피 가공법의 미래와 지속가능성
베트남 커피 산업은 생산량 증대에 집중하면서도, 점차 품질 향상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건식 가공법은 물을 적게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강수량 변동과 불규칙한 건조 환경에 영향을 받기 쉽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의 일부 농장에서는 건식과 워시드 방식의 장점을 결합한 허니 프로세스나 세미워시드(Semi-washed) 방식을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허니 프로세스는 과육을 일부만 벗겨내고 끈적한 점액질(무실라지)을 남겨둔 채 건조하는 방식으로, 건식법의 단맛과 워시드법의 깔끔함을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커피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껍질과 찌꺼기를 퇴비로 활용하여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노력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베트남 커피 산업이 이러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품질을 높이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단순히 커피 맛을 좋게 만드는 것을 넘어, 커피 생산국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