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용어 사전은 커피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지식의 출발점이다. ‘로스팅’, ‘블렌딩’, ‘에스프레소’ 같은 단어는 자주 들리지만, 실제로 그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농학, 화학, 예술이 결합된 복합적인 문화다. 오늘은 커피 초보자부터 홈카페 마니아까지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 커피용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실제 커피를 마실 때 도움이 되는 팁을 함께 소개한다.
1. 커피의 기초 개념 — 커피용어 사전 입문편
커피는 단순히 ‘원두를 갈아서 추출한 음료’가 아니다. 그 뒤에는 수많은 전문 용어와 공정 과정이 숨어 있다. 먼저, 커피의 가장 기본적인 단어부터 정리해보자.
① 생두(Green Bean)
커피 체리(커피 열매)의 씨앗을 가공하여 건조한 상태의 원두를 말한다. 이 생두는 아직 로스팅되지 않은 상태로, 녹색을 띤다. 커피의 품질은 이 단계에서부터 결정된다. 산지, 품종, 고도, 기후에 따라 향미가 크게 달라지며, 좋은 생두는 로스팅 후에도 균일한 색과 풍미를 유지한다.
② 로스팅(Roasting)
커피용어 중 가장 핵심적인 단어가 바로 로스팅이다. 로스팅은 생두를 고온에서 볶아 향과 맛을 끌어내는 과정이다. 이때 화학적으로는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며, 당과 아미노산이 결합해 갈색색소와 향기 성분을 만들어낸다. 로스팅의 강도에 따라 약배전, 중배전, 강배전으로 나뉜다.
- 약배전(Light Roast): 신맛이 강하고 향이 화사하다. 과일 향, 플로럴한 맛이 특징.
- 중배전(Medium Roast): 산미와 단맛의 균형이 잡힌 타입. 드립커피에 적합.
- 강배전(Dark Roast): 쓴맛이 강하고, 초콜릿·스모키한 풍미가 있다. 에스프레소용.
로스팅은 단순한 ‘볶음’이 아니다. 시간과 온도의 조합에 따라 향미의 구조가 완전히 달라진다. 보통 1차 크랙(팝콘 터지는 소리처럼 첫 팝)이 나는 시점은 약 190~200℃, 2차 크랙은 220℃ 이상에서 발생한다. 로스터는 이 소리와 색을 보고 ‘적정 로스팅 포인트’를 판단한다.
③ 블렌딩(Blending)
서로 다른 원두를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드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의 향기로운 산미와 브라질의 고소한 바디감을 결합하면 조화로운 풍미를 낼 수 있다. 블렌딩의 목적은 단 하나 — ‘균형감’이다. 단일 원두(싱글 오리진)는 개성이 강하지만, 산미가 과하거나 쓴맛이 두드러질 수 있다. 블렌딩은 이런 편차를 보완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을 만들어준다.
전문 로스터리에서는 ‘하우스 블렌드(House Blend)’라는 이름으로 자신들만의 비율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아라비카 80%, 로부스타 20%처럼 구성하며 로스팅 강도까지 세밀하게 조정해 시그니처 향미를 완성한다.
④ 에스프레소(Espresso)
‘압력을 이용해 짧은 시간 안에 진한 커피를 추출한 것’을 말한다. 보통 9바(bar)의 압력으로 25~30초 내에 25~30ml 정도가 추출된다. 이때 생기는 황금빛 거품층을 크레마(Crema)라고 한다. 에스프레소는 라떼, 카푸치노, 아메리카노 등 거의 모든 커피 음료의 ‘기초’가 된다.
좋은 에스프레소는 쓴맛과 단맛, 산미가 조화롭고 입안에서 점성이 느껴질 만큼 진한 바디감을 갖는다. 물의 온도는 약 92~94℃, 분쇄도는 미세하게 유지해야 하며, 탬핑 압력(15~20kg)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2. 커피용어의 심화 이해 — 로스팅과 블렌딩의 과학
커피는 화학 반응의 예술이다. 커피용어를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이해해야 맛을 재현하거나 자신만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
① 로스팅 단계별 화학 변화
로스팅 중 원두 내부에서는 수백 가지의 화합물 변화가 일어난다. 카페인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산 성분은 점점 줄고 쓴맛 성분이 증가한다. 특히 마이야르 반응으로 생성되는 ‘멜라노이딘’은 커피의 색과 향의 핵심이다. 이 물질은 항산화 작용도 갖고 있어 커피의 건강 효과와도 연관된다.
② 블렌딩의 비율 설계
블렌딩은 수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맛, 산미, 쓴맛, 향미의 네 가지 축을 100% 안에서 조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브라질 50% (고소함)
에티오피아 30% (산미)
콜롬비아 20% (단맛)
이 조합은 부드럽고 대중적인 블렌드로, 아메리카노나 라떼용으로 가장 널리 쓰인다. 반면, 에스프레소 전용 블렌드는 쓴맛과 바디감을 강화하기 위해 로부스타를 20~30% 정도 섞기도 한다.
③ 커피 향미의 언어화 — 플레이버 휠
커피업계에서는 향미를 객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플레이버 휠(Flavor Wheel)’이라는 용어 지도를 사용한다. 과일향, 견과류향, 초콜릿향, 허브향 등 커피에서 느껴지는 수백 가지 향을 구체적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 휠을 익히면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의 스타일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3. 실생활에서 유용한 커피용어 응용 — 홈카페에서 쓰는 프로 용어
커피 전문점에서만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다. 홈카페에서도 커피용어를 알면, 맛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간다.
① 추출 관련 용어
- 탬핑(Tamping): 포터필터에 분쇄한 커피를 평평하게 눌러 압축하는 작업.
- 프리인퓨전(Pre-infusion): 추출 전 소량의 물을 먼저 적셔 균일한 추출을 돕는 과정.
- 채널링(Channeling): 물이 특정 부분으로만 흐르는 현상. 추출 불균형을 일으킨다.
② 원두 보관 및 신선도 용어
- 디개싱(Degassing): 로스팅 후 이산화탄소가 빠져나오는 과정. 보통 로스팅 후 2~3일 후가 가장 맛이 안정된다.
- 로스팅 날짜(Roast Date): 커피의 신선도를 판단하는 기준. 유통기한보다 중요한 정보다.
③ 커피 음료 용어
- 라떼(Latte): 에스프레소 + 스팀 밀크 + 얇은 폼.
- 카푸치노(Cappuccino): 에스프레소 + 밀크폼(거품) 비율이 높음.
- 마키아토(Macchiato): ‘얼룩지다’라는 뜻,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거품 살짝.
- 아포가토(Affogato):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부은 디저트형 커피.
이 단어들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홈카페 바리스타’ 수준이다.
결론 — 커피용어를 알면 커피가 달라진다
커피용어 사전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커피를 더 깊이 즐기기 위한 여정이다. 로스팅의 강도 하나, 블렌딩의 비율 하나가 커피의 인상 전체를 바꾼다. 이제 커피를 마실 때 단순히 ‘맛있다’가 아니라 ‘산미가 살아있는 중배전 블렌드네’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당신의 커피 세계는 이미 한층 넓어져 있다.
자료 출처:
-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SCA) — Coffee Tasting & Roasting Guide
- 대한커피협회(KCA) — 커피용어 표준 가이드